‘위하여 사는 삶’ 가르침 실천
무료 장수 사진 촬영… 보훈가족 초청 행사
한 끼 2000원 식사 제공… 식빵 전달 봉사
어르신의 삶을 사진에 담고, 홀로 사는 이웃의 문 앞에는 빵과 함께 따뜻한 안부를 남긴다. 순국선열을 추모하고 동네 골목의 쓰레기를 줍는 일에도 손을 보탠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가정연합·옛 통일교) 서울북부교구에 속한 여러 가정교회 신도들이 지역 주민과 함께 펼치거나 참여해 온 활동이다. 창시자의 ‘위하여 사는 삶’이라는 가르침을 바탕으로 이웃과 마주하고 관계를 맺으며 일상의 돌봄과 나눔을 이어가는 현장을 살펴본다.
서울 용산구 천승가정교회 효정봉사단이 지난 4월 28일 열린 어르신 초청 효도잔치에서 장수사진 무료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 28일 서울 용산구 천승가정교회에서는 어르신 600여 명을 초청한 ‘용산구 어르신 초청 참가정 효도잔치’가 열렸다. 천승가정교회 효정봉사단은 전문 장비를 갖춘 무료 장수사진 촬영 공간을 마련했다. 어르신들이 각기 의상을 고르고 단장한 뒤 촬영한 사진은 보정을 거쳐 액자에 담아 참석자 모두에게 전했다. 이날 ‘장한 어머니상·장한 아버지상’ 시상을 하고 공연과 점심 식사도 마련했다. 사진 한 장에는 오래 살아온 한 사람의 표정과 가족의 역사가 담긴다. 촬영을 준비하는 순간부터 어르신이 행사의 주인공이 되도록 한 프로그램이었다.
노원가정교회는 6월 28일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6·25 참전용사 가족 5명을 포함한 125명에게 점심을 대접했다. 세계평화여성연합 노원지부는 참전용사 가족에게 격려금을 전하며 감사의 뜻을 더했다. 교회 봉사자들은 직접 식사를 준비하고 참석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두 행사는 어르신의 삶을 존중하고 보훈 가족에게 감사를 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울 성북구 삼태기마을에는 ‘신마을식당’이 있다. 이곳에서는 격주 금요일마다 주민과 어르신에게 푸짐한 한 끼 식사를 2000원에 제공한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성북가정교회 고야 대루미 씨는 이곳에서 2023년 5월부터 밥을 짓고 반찬을 나르며 봉사해 왔다. 그는 “누군가를 돕겠다기보다, 함께 살아가고 싶었던 거예요”라고 말했다.
2000원이라는 가격은 식사비 부담을 덜어준다. 그러나 이 밥상의 가치는 저렴한 가격에만 있지 않다. 혼자 밥을 먹기 힘들어하던 어르신들이 이웃과 마주 앉아 음식을 나누고 말벗을 만날 수 있다는 데 뜻이 있다. 식당은 배를 채우는 공간이자 외로운 일상에 사람의 온기를 더하는 만남의 장소가 되고 있다.

서울 성북구 삼태기마을 신마을식당에서 지역 어르신과 주민들이 2000원에 제공되는 식사를 함께하고 있다.
고야 씨의 기억 속에는 “혼자 밥 먹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이런 식당이 생겨서 정말 기뻐요”라고 말한 어르신의 모습이 남아 있다. 그런데, 그 어르신이 며칠 뒤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왜 그렇게 그분의 온화한 미소가 선명하던지. 고야 씨는 함께 밥을 짓고 나르면서 국적을 넘어 진정한 이웃이 됐다는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천승효정봉사단은 성수동에서 한 달에 두 차례 홀로 사는 어르신과 기초생활수급자 가정 등에 식빵을 전한다. 벌써 4년째다. 주민센터의 요청으로 시작한 활동이다. 봉사자들은 지역 봉사센터에서 빵을 받아 두세 명씩 조를 짜 가정을 방문한다. 처음에는 낯선 길에서 헤매기도 했지만, 담당 구역을 나누고 자전거까지 이용해 전달을 이어왔다. 집에 있는 어르신과는 잠시 안부를 나누고, 부재중인 가정은 문 앞에 빵을 남긴다. 문 앞에 두었던 빵이 사라진 모습을 보며 안도한다는 봉사자의 말은 이 활동이 단순한 먹거리 전달을 넘어 이웃을 보살피는 일임을 보여준다.

천승효정봉사단 봉사자들이 서울 성수동의 홀로 사는 어르신과 취약계층 가정에 전달할 식빵을 준비하고 있다.
용산구 청파가정교회에서는 청년과 유학생들이 숙명여대 주변 주민에게 토스트와 모닝커피를 무료로 제공한다. 교회 앞마당에서 직접 빵을 굽는 이들은 바쁜 일상을 시작하는 주민과 유학생들에게 말을 건넨다. 처음에는 짧은 인사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얼굴을 알아보고 안부를 묻는 이웃이 늘고 있다고 봉사자들은 전한다. 장수사진과 따뜻한 밥 한 끼 그리고 문 앞의 식빵은 모두 이웃의 삶을 살피는 작은 손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