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째 같은 골목으로 향하는 사람들 — 천승 효정봉사단
단체명: 천승효정 봉사단
활동 지역: 서울 성수동 일대
활동 내용: 독거 어르신·기초생활수급자 가정 방문 식빵 전달
활동 주기: 격주 월요일(2회)
2025년 5월 4일, 월요일 오후.
4년째 이어진 천승 효정봉사단의 식빵 나눔 현장에 다녀왔어요. 봉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어떤 마음으로 4년을 이어왔는지 직접 듣고 싶었어요.
골목을 함께 걸으며 나눈 이야기, 전하는 손과 받는 손 사이에서 본 장면. 그날 성수동 골목에서 만난 이야기를 담아보았어요.
화려한 골목 뒤에는, 미처 알지 못한 풍경이 있어요
대부분 성수동 하면 떠오르는 풍경이 있죠.
감각적인 카페, 줄 서는 팝업스토어, 리모델링된 공장 건물. 서울에서 가장 핫한 동네로 꼽히죠.
그런데 그 골목 안쪽으로 한 블록만 들어가면, 미처 알지 못한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보증금 없이 월 몇십만 원으로 사는 고시원. 창문 없는 방에서 혼자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살았지만, 누구도 안부를 물어보지 않았던 이웃들.
서울 곳곳에는 이렇게 한 평 남짓한 방에서 살아가는 분들이 적지 않답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24년 고독사 실태조사를 보면, 고독사 현장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가족(27%)보다 임대인이나 경비원(43%)인 경우가 더 많았어요. 누군가의 안부를 챙기는 손이 가족 안에서 끊긴 뒤, 그 자리를 대신하는 이들이 있다는 뜻이죠.
“성수동 같은 번화가에 고시원이 이렇게 많다는 것, 생활이 어려운 분이 가까이 살고 있다는 것이 인상 깊었어요. 화려한 곳에도 힘드신 분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요.”
천승 효정봉사단은 그 골목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된 4년
4년 전, 지역 주민센터에서 먼저 연락을 주었어요.
“ 빵 나눔을 함께 도와 줄 사람이 있을까요?”
그것이 시작이었어요. 처음에는 지도만 보고 걷다가 왕복 두 시간이 넘기도 했고, 일정이 어긋나 헛걸음한 날도 있었어요. 시행착오를 거치며 구역을 나누고, 자전거를 활용하고, 2~3명이 한 팀이 되는 꾸준한 활동이 되었어요.
지금은 한달에 두 번, 봉사자들이 모입니다.
그날 아침 다른 봉사자가 직접 빵을 굽고, 구워진 빵은 성수동 봉사센터를 거쳐 각 가정 문 앞까지 전달돼요.
“빵도 다른 봉사자가 어려운 분을 위해 직접 만들고 나누고 있어요. 한 사람의 힘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마음이 모여 만든 한 장면이 여기 있는 거죠.
봉사는 빵을 건네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집에 계시면 잠시 안부를 나누고, 명절에는 김선물도 챙겨드려요.
감사하게도 관악, 남양주에서 달려오는 봉사자도 있어요. 가까이 살지 않아도, 이 골목을 함께 걷겠다는 마음으로 모이는 거지요.
봉사자 중에 일본인 어머니 한 분이 계세요
봉사에 함께하는 분 중에 귀가 들리지 않는 일본인 어머니가 계셨어요.
낯선 나라에서, 몸의 불편함까지 안고 이 골목을 걷는 일이 쉬울 리 없죠. 그럼에도 그분은 매번 빠지지 않고 나오고 계세요. 도움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요.
“외국에서 사는 것만으로도 힘드신데, 몸도 불편한 채로 다른 분의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매번 참여하시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봉사란 여유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자신도 힘든 자리에서 옆 사람을 돌아보는 일. 그 모습이 그날 성수동 골목 안에 있었어요.
걸어둔 빵이 없어졌다는 건
비 오는 날도, 계절이 바뀌는 시간도 그 골목에서 함께 지나왔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자의 말이 있었어요.
“걸어둔 빵이 없으면 살아 계시는구나, 그렇게 확인하게 돼요.”
전달된 빵의 흔적 하나로 누군가가 오늘도 살아있음을 알게 되는 관계. 말 한마디 없이도 연결된 안부. 이 활동이 단순한 물품 전달이 아닌 이유였어요.
가족이 옆에 있어 매일 안부를 묻는 일은, 어떤 가정에는 당연하지만 어떤 분에게는 닿지 않는 자리이기도 하죠. 그 빈자리를 누군가가 대신 채우는 일. 이웃이 가족 같은 한 끼의 안부를 건네는 일. 작은 빵 한 덩이가 그 사이를 잇고 있어요.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에요
봉사자들에게 왜 계속하는건 거창한 이유가 아니었어요.
“그냥 가야 할 것 같아서요. 가면 반겨주는 얼굴이 있고, 빵이 없어져 있으면 안심이 되거든요.”
4년이라는 시간이 쌓인 건 사명감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골목으로 향하는 작은 반복이 쌓여 지금이 됐어요.
“어떤 방식으로든 지역을 섬기고 도울 기회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오늘도 빵 한 봉지를 전해요.
오늘도 성수동 어딘가 문 앞에 봉사자의 손으로 빵 하나를 걸어두어요.
받는 사람도, 전하는 사람도, 그 시간만큼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없는 응원을 건네고 있답니다.
가정에서 시작된 따뜻함이 골목으로, 동네로 번지는 풍경. 거창한 사업도 화려한 성과도 아닌,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건네는 빵 하나.
그 작은 반복이 우리 동네를 조금씩 다른 곳으로 만들고 있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