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골목을 누비는 봉사자들이 있다. 홀몸 어르신 댁에 도시락을 전달하고 안부를 살핀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흑석동작사회공헌단 ‘흑석온기배달부’는 도시락 배달을 시작으로 명절 나눔과 쌀 기부 등 지역 밀착형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위하는 마음에는 계산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매주 도시락 배달에 나서는 이진우 흑석동작교회장의 말이다. 그는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방법을 찾던 중 교회 인근 복지관에서 배달 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이 교회장은 “관심이 없을 때는 몰랐지만 마음을 쓰고 나니 보이는 것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 “할머니 안부가 궁금해서”…도시락 배달이 맺어준 인연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국내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20.3%로 초고령사회 기준인 20%를 넘어섰다. 흑석동작사회공헌단은 흑석종합사회복지관과 협력해 2024년부터 매주 홀몸 어르신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배달은 식사를 전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이 교회장이 매주 찾아가는 한 할머니는 중증 치매를 앓고 있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젊은 총각이 왔다”며 아이스크림을 건넸고, 다음번에는 바나나를 내밀었다.
이 교회장은 “한 번 인연을 맺고 나니 이제는 할머니가 잘 계시는지 안부가 궁금해서라도 봉사를 멈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건강이 좋지 않아 보이는 어르신을 발견하면 복지관에도 상황을 알린다. 가족에게 안부를 확인하거나 복지사가 직접 방문하는 식으로 후속 조치가 이어진다. 이 교회장은 “복지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작은 소식지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 명절이면 더 외로운 이웃에게…유과 250봉지 나눔
지난 2월 8일 설 명절을 앞두고는 ‘한마음 기부나눔 윷놀이’를 열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를 앓는 어르신들을 만나 온 봉사자들이 “명절에는 어떻게 지내실까” 걱정하면서 나눔 활동을 제안했다.
봉사자들은 전통 한과와 유과를 한 봉지씩 포장해 250개를 준비했다. 흑석종합사회복지관을 통해 지역 어르신과 복지관 관계자,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 어르신들에게 전달했다.
한 봉사자는 “명절을 홀로 보내실 어르신들이 유과를 드시고 건강하셨으면 좋겠다”며 “작은 나눔이지만 서로 마음을 나누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추석에는 아이들이 직접 구운 쿠키를 배달 봉사자들이 지역 어르신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 한 번 쓰고 버리는 화환 대신 쌀로…400kg 복지관에 전달

가정연합은 행사 때 들어오는 화환을 쌀화환으로 바꿔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한 번 사용한 뒤 버려지는 일반 화환 대신 실제 식사에 사용할 수 있는 쌀을 나누자는 취지다.
올해 4월 한식(寒食) 행사에서 모인 쌀 60kg과 6월 사회공헌단 출범을 기념해 모인 쌀 400kg가 흑석종합사회복지관에 전달됐다. 기부받은 쌀 일부는 어르신 급식에 사용되고, 다문화·한부모·기초생활수급 가정 등에도 전달됐다.
흑석종합사회복지관은 무료급식 운영에 한 달 약 300kg의 쌀을 사용한다. 400kg이면 약 6주간 급식에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다.
이 교회장은 “쌀 구입비를 아끼면 그 예산으로 특식이나 간식을 준비할 수 있다”며 “복지관에서도 쌀화환 기부를 반겨주셨다”고 말했다.
매주 이어진 배달은 봉사자에게도 변화를 줬다. 이 교회장은 “이 활동을 통해 제게 생긴 가장 큰 변화는 흑석동 이웃을 사랑하게 된 것”이라며 “이곳에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더 돕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말했다.
도시락 한 끼로 시작한 만남은 매주 얼굴을 확인하고 안부를 묻는 관계로 이어졌다. 명절의 작은 선물과 쌀 기부도 그 관계에서 시작됐다.
<출처: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60918/134695933/2>


